※공지(click)

 

| 글

이 장면을 오래 생각했어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물음 때문에 터져나온 울음
둥글게 쓸어주었떤 것

모두 하나의 기둥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젠 기둥 없이도 시작될 수 있다

나무는 미안하지 않다 파도는 미안하지 않다 새의 깃털은 미안하지 않다 폭우는 미안하지 않다
주먹 꽉 쥔 손 얼음은 미안하지 않다 너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중요한 게 뭘까 생각하면
울고 싶은 마음이 된다
중요한 것은 정말로 중요할까

카페에 앉아 고개를 들고 창밖을 본다
높은 건물과 창문들 그리고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위에 실외기 위에 실외기 위에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실외기

줄을 맞춰 나란히 돌아간다
돌아가지 않는다

모두 말해야 정확하게 말한 것 같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다
정확하지 않다고까지 말해야 더 정확한 것 같다

깨진 자리마다 꽃이 피는
녹슨 여름

산책을 하다보면 알게 된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새가 우는지
흩어지는 얼굴로 나무가 흔들리고
그림자가 어떻게 닮아가는지

집으로 돌아왔을 땐 너무 많은 사람들
얼마나 함께 있었는지

하루가 이렇게 넘쳐도 될까

태양은 여지가 없고
당연한 것도 없고

낮에는 아이스크림을
기운 내, 라는 말을 선물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꽝꽝 얼었다가도 금세 녹아서
부드러워지는 것을

기운 나는 아이스크림 한 숟갈

나무 옆에 새
새 옆에 그림자

너는 항상 빛을 등지고 있지만
얼굴을 들면
선명하게 검은 얼굴이었다

알아차리고 싶지 않게
슬프지 않게

꽝꽝 얼려두었던
흠결 없는 하루를 주고 싶었다
@ 퍄퍄퓨

10.21 | 12:06
안미옥, 선물

+ comment